훈련병의 하루

06:00
사회에선 잠든지 얼마 안된 시간...-_-
방송으로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울린다.
" 훈련병들 전체 기상..."
곧이어 기상나팔이 울려퍼지고
오늘도 전쟁이 시작된다.
"빰빰~빠빠빰~빠빠라밤빰~빠빠라밤빰~빠빠빰~빠빠빰~"
(기상나팔소리...-_- )
난 사회있을때 기상나팔은 군악대에서 실제로 부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녹음해논 테이프 맨날 틀어주더구만. -_-
기상시간은 하계 06:00이고 동계는 06:30분이다.
훈련병때 기상을 하자마자 치열한 것은
바로 점호 때문인데..점호시간이 06시 10분...
점호가 06시 10분이면 최소한 06시 05분까지는
사열대 앞으로 집합을 완료해야 된다.
일어나자마자 5분 동안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
5분 안에 침구류 다 개고
전투복 갈아입고 전투화 신고 전투모 쓰고
쉬할놈 쉬하고 똥쌀놈 똥싸고
내무반에 앉아 있기도 전에...-_-
옷입고 있을때쯤 방송이 나온다.
" 점호집합 1분전..."
나태한 생활을 하다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아침시간은 지옥이다.

전우1 : 아~씨밝 오늘도 똥 못 쌌어.
전우2 : 젠장...난 벌써 3일째야.
전우3 : 난 보충대에서부터 참았는데...-_ㅜ
전우4 : 이젠 마렵지도 않아 -_-

흔히들 처음 입대하면 변비에 걸린다고들 말한다.;
낯선 환경이 어색해서...군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이새키들이 똥쌀 시간을 주질 않는다.-_ㅜ
그렇게 5분만에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전 나게 달려나가 집합을 하면
곧이어 당직사관이 나오고 점호가 시작된다.
머 학교에서 아침조회하는 것처럼
애국가도 부르고 국군도수체조도 하고
군가도 부르고 나면
이어지는 죽음의 구보...-_-

전우1 : 하악...하악...더...더이상 못뛰겠어...
전우2 : 하악...하악...조금만 더...하악...힘내 전우...하악...
전우1 : 하악...하악...나...난...틀렸어...전우...하악...날 버리고 먼저 가...
전우2 : ...저 까 ㅅㅂㄻ...-_- 너 낙오하면 우리 전부 다 얼차려자나!!! 뛰어 이새키야!!!
전우3 : 하악...하악...맨 앞에 이십 새캬!!! 천천히 좀 뛰어 새캬!!!

구보...졸 라 힘들다. -_-
구보 끝나고 나면 담당구역 청소 및 세면시간.
각자 맡은 담당구역과 내무반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각 내무반별로 세면을 실시한다.
식사집합 전까지 남은 시간 20분...
세면장 2개.
내무반 10개.
그렇다면 내무반 하나당 세면시간 3~5분
내무반 하나에 사람 20명.
세면장 하나에 세면대 6개.
그래도...다 씼는다.
군대에선 불가능이란 없다. -_-
나중에 적응되면 그 짧은 시간에
머리 감고 면도도 하고 나온다. -_-
모든 내무반이 세면이 완료되면
이어서 식사집합을 한다.
신교대에선 무슨 일을 하든지 일단 전부 다 집합이다.
" 점호집합 1분전!!"
" 세면집합 1분전!!"
" 식사집합 1분전!!"
" 교육집합 1분전!!"

훈련병들이 젤 듣기 싫은 소리 1위가
" 훈련병들 전체 기상..." 이고...
2위가 바로
" OO집합 1분전!!"...이다. -_-
3위는?
" 교!육!철!저! 휴식 끝!!!"
교육훈련 휴식 끝나는 소리...-_-

그렇게 집합해서 취사장으로 이동을 한다.
취사장 앞에 모여서 식판을 받고 식판을 옆구리에 낀 채로
밥먹으러 들어갈때까지 군가를 부른다.
중간중간 옆 전우와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전우1 : 야야...오늘 햄버거래 햄버거...
전우2 : 우와~진짜? 햄버거 진짜 오랜만인데...눈물 날거 같애...-_ㅜ
전우3 : 요새 군대 좋아졌다더니...햄버거도 주는구나...

그리고나서 밥먹으러 들어가보면...
햄버거빵 두개랑 패티 한장, 서울우유치즈 한장, 정체모를 샐러드...
그리고 딸기쨈...-_-
이씨 젠장;...햄버거에 쨈발라서 처먹어보긴 첨이다. -_-
남기면 뒤진다. 다 처먹어라. -_-
다 먹고나서 밖에 나가면 큰 물통이 있고
모두들 거기서 물을 마신다.

전우1 : 쿠에에에엑~뜨거워!!!
전우2 : 우아악! 입술 다 데었어!!!
전우3 : 보리라도 좀 넣어줘!!!

병걸린다고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뜨거운 물만을 준다.-_-
밥을 빨리 먹은 놈들은 내무반에 가서
교육집합하기전에 잠깐이나마 쉴수 있는데
대부분 똥싸러 간다. -_-
햄버거 먹은 날은 꼭 설사를 해서...-_-;
밥 늦게 먹은 놈들은 교육집합에 늦지않게
저빠지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곧 교육이 시작되고...
훈련병들은 오늘도 땅바닥을 기어다닌다. -_-
교육 중간중간 10분씩 주는 휴식시간은
훈련병들에겐 달콤한 꿀맛이고...
겨우 10분 동안에도 숙면을 취하는 절정의 스킬을 익히게 된다.-_-
그날의 교육이 끝나면 다시 집합해서...
또 한번 죽음의 오후구보...-_-
여름군번인데다 그날 교육이
각개전투, 기초유격 뭐 이런거였으면
그날은 뒤진거다. -_-
특히나 총들고 훈련한 날은...
뛸때도 총들고 뛴다. 진짜 드러워서 못해먹겠다.-_-
그렇게 조식 - 교육 - 중식 - 교육 - 석식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전투화를 닦고 또 다시 세면을 한다.
간혹 바닥에서 오래 기는 교육을 한 날은
샤워를 시켜주는데...
이 또한 세면이랑 다를 바가 없다.
샤워장에 뛰어들어가서 물묻히고 비누칠 대충하고
그거 닦아내면 끝.
군대란 오로지 스피드다. -_-
이렇게 샤워도 마치고 나면
아주 잠깐이나마
자유시간 아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에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똥싸러 간다...-_-;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점호청소 시간...
점호는 21시 30분부터인데
청소를 20시부터 시킨다. -_-
1시간 30분 동안 전 나게 때빼고 광내는 거다.
자대와는 달리 고참이라고 청소를 안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무반에 있는 20명 모두가 다 역할에 따라 청소를 하기 때문에
청소는 엄청 빨리 끝난다. -_-
다만 빨리 끝내면 괜히 트집잡고
이상한거 시키기 때문에
걸레잡은 놈은 닦은데 계속 닦고
빗자루 잡은 놈은 쓴데 또 쓸고
침구류 각 잡는 놈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청소를 감독하는 나같은 분대장들은...

알랑 : 어이~ 8내무실 분대장~
8분대장 : 어~ 7분대장 왜?
알랑 : 청소 다 되가냐?
8분대장 : 몰라 임마. 내가 청소나 하게 생겼나? 쿠헤헤헤헤
알랑 : 분대장도 청소시간에는 괜찮네. 쿠헤헤헤헤

옆 내무반 분대장이랑 노가리까고 논다. -_-
청소가 끝나면 점호시작 전까지 잠깐 남는 시간 동안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두고온 애인에게...
멋진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다.
곧이어 저녁점호를 마치게 되면
"인! 화! 단! 결! 취침!! 전우야 잘자라!!"
구호와 함께...
모두들 매트리스와 모포를 깔고 자리에 눕고
취침소등을 한다.
취침후 1시간 동안은 절대 이동병력이 있으면 안되므로...
불침번에게 1시간 뒤에 깨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한시간 뒤에 일어난 놈은...
...똥싸러 간다...-_-;
일과시간엔 똥쌀 시간이 없어서 새벽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_-
그렇게 하루를 또 보내고 자리에 누우면...
대부분은 피곤한 탓인지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어 버린다.
간혹...아주 드물게...
조교 몰래 노가리까는 새키들도 있다.;

전우1 : 아~씨 바...전 나 빡셌다...내일 또 이짓거리 어떻게 하지?
전우2 : 아~군대 아니랄까봐 절 라 빡세네. 살빠진거 봐라.
전우3 : 2년 동안 이렇게 살다 나가면 몸이 람보되겠다.
전우4 : 아~씨 바...내가 밖에 있을때는...

잠자리에서 그들의 주 화제는
그날의 힘든 일과에 대한 한탄,
입대하기 전의 즐거운 이야기...
사회에서의 재밌는 추억...
그리고...

전우1 : 흠...울 엄마는 지금 뭐하실라나?
전우2 : 울 집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데 전화도 못하니...
전우3 : 울 엄마 나 입대할때 엄청 우시던데 지금 괜찮으실라나?
전우4 : 울 엄마도...
전우5 : 응...우리도...
전우들 : ........

한참 재미있게 얘기하다가도
어머니 얘기가 나오면 다들 조용해진다.
피곤해서 잠들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자는 척 하는 건지...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작게...아주 작은 소리로...
전우 : 흑흑...엄마...흑흑...
어머니를 부르며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훈련병의 하루는 이렇게 저문다.
 
지금 생각해보면~ 잼있는데~정말~그때는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