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례를 담은 EBS `지식채널e-17년 후`가 14일 갑작스럽게 결방한 사실과 함께 외압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식채널e`를 연출한 김진혁PD가 시청자 게시판에 이에 대한 글을 올려 알려지게 됐다.

김PD는 글에서 "`지식채널e` 금주 방송분 중 한편인 `17년 후`를 오늘부터 지상파와 플러스에서 모두 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라며 불방 고지를 했다.

`지식채널e`의 `17년 후`는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사례들을 다룬 프로그램. 고양이를 비롯해 광우병으로 추측되는 병을 앓고 사망한 사례를 나열했으며, 마지막에는 소고기 안전을 주장하던 영국 농수산식품부 장관의 절친한 친구의 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담아 더욱 충격을 줬다.

김PD는 글에서 청와대에 파견 근무중인 EBS 감사팀 직원이 이 방송의 내용을 궁금해 하기에 콘티를 넘겼고, 얼마 후 수요일부터 방송을 내리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시한 EBS부사장은 "내용은 문제가 없지만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내리는 것이 맞다"며 본인이 아니라 EBS 경영진이 결정한 거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PD가 갑작스런 불방에 외압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지적하자 부사장은 "책임을 지겠다.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김PD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교육방송이란 ‘교육’적인 내용만을 하는 것이 옳다"며 말했다고 밝혔다.

김PD는 "예민한 내용이라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협정 관련 내용은 다루지 않고, 팩트만 나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EBS의 현실적 여건,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란 점 때문이다.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제작을 했다는 거다"라며 "메시지도 건전하다. 영국의 잘못을 거울 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는 거다. 이 정도는 보수언론에서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얘기하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인 셈이다"라며 내용이 합리적인 수준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어 "물론 EBS가 가지고 있는 채널파워가 부족하여 경영진이 고민을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내가 경영진이었다고 해도 당연히 고민을 했을 거다"며 "정권에게 보일 어떠한 명분이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주로 보는 플러스에서만 내리자고 제안했더니 이조차 거절당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김PD는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하다. 교육적인 내용이란 것이 무엇이며, 광우병을 다루는 것이 비교육적인 것인가. 만약 그것이 비교육적이라면 어떤 부분이 비교육적인지 말을 해 줘야 하는데 말이다"라며 착잡해했다.

"세상 모두가 광우병 얘기를 할 때, 아니 그 얘기가 어떤 얘기든 많은 사람들이 그 얘기를 할 때, 그것을 전혀 다루지 않게 되면 방송국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며 "당장은 연명해 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방송이란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인정해 줄 때 지속될 수 있기에,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기울어 가리라고 생각한다"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한편 결방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EBS의 노조의 반발로 인해 EBS는 15일부터 다시 `17년후`를 정상적으로 편성하는 조치를 취하게 됐다.

16일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PD는 "노조 측이 나서 다시 방송하게 됐다"며 "아직은 구체적 계획이 없지만 만약 (광우병에 대해) 방송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BS `지식채널e`의 `17년후`. 사진=EBS화면캡처]

(안효은 기자 pandol@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