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회수율 하향은 필연적으로 물가폭등을 유발한다]

아래에서, 오히려 고물처리술의 하향조정으로 말미암아 사재기가 완화되고, 나아가 물품순환이 원활해져 경제가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가 등장하였기에 한 말씀 올리려고 합니다.

그 글의 논지에 의하면, 현재 높은 회수율로 말미암아 사재기가 극성이라고 하며, 아마 회사측의 고물처리술 하향패치도 그 사재기를 해소하기 위한 견지에서 시행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보면 그것은 이른바 명인그룹의 심리적 영향만을 본 단순한 기대감의 발로에 불과합니다(한마디로 열받으니 제조를 안하거나 그 양을 줄일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입니다). 심리적 영향이라는 것은 경제의 요인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이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으로만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심리적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일단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한 후에 심리적인 영향이 그에 미치는 정도를 분석하여야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일단, 고물처리와 무역은 서로 별개의 경제요인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무역상인은 아무리 하등품이라도 사들이기 때문에, 무역으로 팔리는 물품은 고물처리와 완전히 무관합니다.]

예컨대, 100의 재료가 필요한 물품이 있다고 할 때, 고물처리술이 90%라면, 1개를 만든 후에는 계속 10씩만 보충해 나가면 됩니다. 결국 100의 재료로 10개의 물품을 제조하는 셈입니다.

(물론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배씩 남겨먹는 장사는 아닙니다)

이때, 고물처리술을 70%로 하향하면, 100의 재료로 3.33개의 물품만 만들 수 있게 되고, 같은 수의 물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1개 품목당 종전보다 20의 재료가 더 필요합니다. 같은 수의 품목을 제작한다고 할 때 3배의 재료가 더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글쓰신 분은 어차피 고물처리를 하는 제품은 최종적인 물품이 아니고, 잘못 구워진 도자기를 깨듯 그냥 부수어 버리는 것에 불과하므로, 최종적인 물품에 소요되는 재료는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 합니다. 즉, 이제는 웬만큼 잘못 구워진 도자기도 그냥 완성품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으며, 종전보다 좀 덜 지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는 동감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장인들이 과연 이른바 지르기의 양을 종전의 1/3로 확 줄이겠느냐는 것입니다. 그 양은 채 절반도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가사, 절반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수요량은 50% 증가합니다.

가장 잘못 판단한 것은, 이른바 지르기의 양이 감소하더라도 장인의 시전에 쌓이는 재료가 줄어들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음에도(1회당 필요량의 증가로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사재기가 문제되니 고물회수율을 하향한 것은 정당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전에 상당량의 재료가 쌓여 있는 것은 고물처리술이 있기 이전부터의 일입니다. 이른바 제조보너스타임이라는 이상한 제도가 있고, 그 시간대가 되기 전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그때 적절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의 제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지, 높은 고물회수율과 시전의 물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최소한 명인을 바라보는 모든 장인에게 있어서, 제조보너스타임 1시간의 지르기를 위한 분량은 스킬업을 위한 기본적 준비사항입니다. 물론 자본부족 등으로 여건이 허락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겠습니다만...

종전에는 이 분량을 그날 그날 사들여야 했습니다. 하등품은 명상인에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그 자금에 더 보태어 재료를 사들이다 보니 물가의 상승은 필연적이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현재의 무역상인제도의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고물처리술이 등장하였고, 고물처리술의 높은 회수율은 장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재료의 갯수를 줄임으로써, 종전과 같은 보유량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스킬업을 보장하고, 나아가 재료의 90% 가량이 다시 회수됨으로써 그 다음날의 제조타임에 필요한 10% 가량의 재료만을 다시 보충하면 되게 하여, 재료의 수요량 감소에 확실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장인의 시전에 쌓여 있는 재료의 양은 항상 일정(=제조보너스타임 분량 이상)하기 마련이므로, 같은 상황에서 고물회수율이 70%로 하향되면, 그 장인은 다음날의 제조타임을 위해서 30%의 재료를 보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즉, 그 시전에 쌓인 물량이 시장으로 되돌아나오는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물품의 순환기능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종전보다 많은 물량이 시장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지만, 고물처리술 하향패치로 말미암아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수요량만 늘어납니다. 이것은 물가의 상승만을 가져오는 것이고, 물품의 순환기능이나 시전에 쌓인 물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됩니다.

즉, 이번 패치는 경제를 심리적 측면에서만 접근한 회사 기획팀의 무모한 패치였으며, 그 심리적 분석조차 아무 근거 없이 막연한 기대로만 바라보았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이미 고물처리술의 등장과 더불어 재료의 드랍률을 하향하는 등 그에 모든 경제상황이 맞춰진 상태에서, 고물회수율을 하향하면 시전의 재료가 돌아나온다거나, 장인들의 제조량이 줄어들어 순환기능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철회하고, 하루빨리 말도 안되는 무역이나 폐지하기 바랍니다.(주)

2005. 3. 7.

(주) 무역시스템의 폐해에 관하여는 拙稿 <엔도어즈는 황당한 무역시스템을 걷어치우라!> 참조.

http://www.goonzu.com/center/board/view.asp?menu=community&board_idty=201&list_seq=376605&page=19&search_option=&search_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