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게임의 대규모 명의도용 가입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30일 엔씨소프트[036570] 임원을 형사입건한 것은 엔씨소프트가 명의도용 가입을 사전에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게임 아이템 작업장 운영자 7명이 28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리니지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경찰청은 작년 9월 아이템 작업장을 적발하고 도용된 주민등록번호 5만6천개를 엔씨소프트에 통보하면서 명의도용 차단을 위해 동일 IP(인터넷 프로토콜)를 통한 대량 접속 차단, VPN(가상사설망) 접속 차단 등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가 작년 12월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는 2004년 3월부터 하나의 IP를 통해 대량의 게임 계정이 접속돼 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명의도용자들이 게임에 가입하면서 사용한 e-메일 주소, 전화번호가 계정 수백개에 걸쳐 동일해 명의도용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으며 2004년부터 올해 2월까지 매월 수백건의 명의도용 신고가 엔씨소프트에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보안 관계자로부터 '회사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기술적, 시간적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가 단일 IP에서 대량으로 생성되는 계정을 차단하거나 단일 은행 계좌에서 수천 계정의 사용료가 입금되는 사례를 적발하거나 휴대전화 인증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명의도용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경찰이 권고한 동일 IP 대량 접속 차단, VPN 차단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했으나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없는 방안임이 밝혀져 휴대전화 인증 등의 시스템 도입을 이미 사건 이전에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또 12월 보고서는 작년 11월부터 신규 계정이 급속도로 늘어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이미 이 같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사냥 프로그램 단속 등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와 관련된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계정이 동일 e-메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확인해 올해 1월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휴대전화 인증 도입을 준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엔씨소프트는 주장했다.

양 쪽의 주장이 이처럼 상반됨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명의도용 방조 여부는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엔씨소프트는 형사처벌은 물론 명의도용 피해자 1만1천여명이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 다른 게임업체들도 명의도용 방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엔씨소프트처럼 형사처벌과 민사소송 등의 위험에 처해질 수 있어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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